AI 광풍 뒤에 가려진 '수익성'이라는 차가운 현실
최근 IT 업계의 화두 중 하나는 AI 거품론입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가 글로벌 펀드매니저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AI 거품은 인플레이션과 관세 등 무역 분쟁을 제치고 처음으로 ‘금융시장의 최대 잠재 위험 요인”으로 꼽혔습니다.[출처 1] AI에 수조 달러가 투입되고 있지만, 아직 그에 걸맞은 경제적 수익(ROI)에는 시장의 냉정한 평가가 요구되고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업계의 선두주자 OpenAI는 미국 시장을 시작으로 ChatGPT 무료 사용자를 대상으로 본격적인 광고 테스트를 시작했습니다. 수조 원에 달하는 모델 학습 비용과 막대한 서버 운영비를 감당하고, 상장 기업으로서의 매력적인 이익률을 증명하기 위해 '광고'라는 수익원은 OpenAI에게 선택이 아닌 생존을 위한 필수 전략이 된 셈입니다.
그러나 여기서 우리는 본질적인 질문을 던져야 합니다. 우리가 AI에게 기대했던 것은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비서'였습니다. 만약 이 비서의 입에서 나오는 답변이 자본의 논리에 의해 움직이기 시작한다면, 우리는 과연 그 답변을 믿을 수 있을까요?
"답변은 독립적입니다"라는 말, 믿어도 될까?
OpenAI는 광고 도입을 발표하며 "광고는 ChatGPT가 제공하는 답변에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 답변은 사용자에게 가장 도움이 되는 내용을 바탕으로 최적화되어 있습니다. 광고는 항상 스폰서로 명확하게 표시되며 일반 답변과 시각적으로 구분됩니다."라며 사용자들을 안심시켰습니다.[출처 2]
ChatGPT 광고 예시 이미지 [출처] OpenAI
광고주가 돈을 냈다고 해서 AI가 억지로 그 제품을 추천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주장입니다. 예를 들어, 레시피를 조사하고 있는 경우 밀키트나 식료품 배달 광고를 독립된 영역에 표시되는 식으로 말이죠. 하지만 우리는 과거의 검색 엔진들이 걸어온 길을 기억합니다.
초기 구글 역시 "검색 결과는 판매 대상이 아니다"라고 선언했지만, 현재 우리의 검색 화면은 최상단의 광고 구좌를 지나쳐야만 실제 정보를 만날 수 있게 변했습니다. 네이버 블로그가 처음엔 생생한 실제 후기로 가득했지만, 점차 광고 글로 도배되자 사람들은 '내돈내산(내 돈 주고 내가 산 것)' 인증 없이는 믿지 않게 되었죠. ‘뒷광고’의 인스타그램이나 ‘협찬’의 유튜브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리스트의 시대가 가고, '단 하나의 추천' 시대가 오다
AI 플랫폼을 통한 광고 효과는 그 어떤 검색 엔진보다 강력합니다. LLM(거대언어모델)은 단순히 정보를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데이터 학습을 기반으로 대화의 맥락을 파악해 '최적화된 정답'을 선택해서 추천해 주는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사용자는 AI가 내린 판단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기 쉽고, 이는 광고주에게는 꿈의 매체이지만 사용자에게는 거대한 가스라이팅의 장이 될 위험이 있습니다.
실제로 경쟁사인 Anthropic(Claude 개발사)은 AI에 도입된 광고의 위험성을 비판하는 목소리를 내기도 했습니다. 부모님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진지한 조언을 구했는데, 답변 하단에 알고리즘 오류로 '연상녀 데이팅 앱' 광고가 뜨는 식의 부적절한 매칭 사례는 AI 광고가 가진 윤리적, 기술적 허점을 여실히 보여줍니다. 맥락을 읽는 AI가 오히려 그 맥락을 이용해 상업적 목적을 달성하려 할 때, 사용자가 느끼는 거부감은 기존 광고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클 것입니다.
정보가 곧 광고가 되어버리는 순간, 사용자들은 다시 발길을 돌릴 것입니다. 사람들은 이미 교묘하게 설계된 마케팅 메시지에 질려있습니다. AI 플랫폼을 통한 광고 역시 사용자의 신뢰를 잃으면 과거의 검색 엔진들이 겪었던 길을 피할 수 없을 것입니다.
광고보다 실제 가치 중심의 AI로
그렇다면 기업들은 이제 어떻게 마케팅을 해야 할까요? 무작정 광고비를 쏟아부어 AI 답변 옆에 우리 브랜드 이름을 띄우는 것만이 답일까요?
앞으로는 억지로 광고 지면을 사는 게 아니라, AI가 내놓는 답변 속에 우리 브랜드가 '가장 신뢰할 만한 정보'로 선택되도록 만드는 전략이 중요해집니다.
광고 전략이 변화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단순히 노출을 늘리고 클릭을 유도하는 방식은 오히려 신뢰의 손실을 초래합니다. 대신 가치 중심의 광고, 즉 사용자가 필요로 하는 정보와 맥락을 그대로 담은 콘텐츠 중심의 광고가 필요합니다. AI 시대에는 콘텐츠, 경험을 함께 최적화해야만 신뢰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기존의 검색 광고가 검색 결과 상단에 우리 홈페이지를 노출시키는 기술이었다면, 이제는 AI가 수많은 데이터 중에서 "이 브랜드의 정보가 가장 정확하고 믿을만해!"라고 판단하게끔 양질의 데이터를 쌓는 것이 핵심입니다. 단순히 제품과 브랜드명을 외치는 광고가 아니라, 사용자의 고민을 실제로 해결해 주는 진정성 있는 콘텐츠가 AI의 선택을 받게 될 것입니다.
편리함과 진실 사이, 우리가 지켜야 할 신뢰의 가치
결국 AI 플랫폼을 통한 광고는 기술의 진보가 자본의 논리와 만나는 지점이 될 것입니다. 플랫폼 기업에게 광고는 천문학적인 운영비를 감당할 생존 전략이지만, 사용자에게는 정보의 오염을 뜻하는 경고등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이미 검색엔진과 SNS가 광고판으로 변질되며 사용자들의 신뢰를 잃어가는 과정을 지켜보았습니다. AI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답변의 편리함이 의도된 추천으로 변질되는 순간, 사용자는 냉정하게 등을 돌릴 것입니다.
이제 기업과 마케터들은 단순히 광고 구좌를 사는 행위를 넘어, 우리 브랜드가 AI에게, 그리고 사용자에게 ‘진짜 정답’으로 채택될 자격이 있는가를 자문해야 합니다. 억지로 끼어드는 광고가 아니라, 맥락 속에서 자연스럽게 가치를 증명하는 데이터만이 AI 시대의 유일한 생존 전략이 될 것입니다. 우리가 AI에게 기대했던 ‘객관적 비서’라는 본질이 자본에 가려지지 않도록, 이제는 플랫폼의 투명성과 브랜드의 진정성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입니다.
출처 1. 조선일보 Weekly Biz "AI 거품론? 수요 폭증"...美 빅테크들, 올해 투자금만 580조원 https://www.chosun.com/economy/weeklybiz/2025/11/06/ZUWS7ECTTRAHBMCDNQPX45UVY4/
출처 2. OpenAI News https://openai.com/ko-KR/index/testing-ads-in-chatgp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