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Facebook/Nurul Afzarina Mokhtar]

사람을 속이는 기술은 오래전부터 존재해왔다

AI 영상 기술은 최근 들어 많은 주목을 받고 있지만, 사실 사람을 속이려는 시도는 오랜 시간 이어져왔다. 영상은 그 시작부터 진실과 허구 사이를 넘나들었고, 때로는 사람들의 믿음을 시험하며 실제 행동까지 유도했다.

2025년, 말레이시아의 한 노부부는 SNS에서 본 케이블카 여행 영상을 믿고 3시간 넘게 운전해 그 장소를 찾았다. 하지만 그곳엔 케이블카도, 관광지도 없었다. 영상은 AI가 만든 가짜 뉴스 스타일의 합성 콘텐츠였고, 어디에도 ‘AI 생성물’이라는 표시가 없었다. 리포터, 인터뷰, 로고까지 완벽하게 조작된 이 영상은 단순한 농담이 아니었다. 사람의 시간을, 감정을, 신뢰를 조롱한 기술이었다.

 

그러나 이런 일이 처음은 아니다.

AI가 없던 시절에도, 우리는 수많은 ‘진짜처럼 보이는 가짜’에 속아왔다. 2012년 북한의 인공위성 발사 CG 영상은 실제 발사 장면인 양 뉴스에 방영되었고, 2013년 중국 신도시 다큐멘터리는 일부 CG 장면을 ‘유령 도시’로 오인하게 만들었으며, 2010년대 초에는 존재하지 않는 리조트 광고가 3D 렌더링 영상만으로 예약자를 유치한 사례도 있었다. 기술은 언제나 시선을 속일 수 있었지만, 그 기술을 믿게 만드는 순간부터 문제가 시작됐다.

 

AI는 더 빠르고 더 정교하게 사람을 속인다

이제 영상 조작은 전문가의 영역이 아니다. AI의 등장으로 누구나 클릭 몇 번이면 진짜처럼 보이는 가짜를 만들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기술은 더 저렴해졌고, 더 빠르며, 더 설득력 있게 변했다.딥페이크 기술은 정치인을 조작해 허위 발언을 하게 만들고, 유명인의 얼굴과 목소리를 합성한 가짜 투자 광고는 수십억 원의 사기 피해를 낳는다. 심지어 CEO처럼 보이는 딥페이크 회의 영상으로 기업 내부 정보를 빼내려는 시도도 실제로 일어나고 있다. 과거에는 조작된 영상을 만들기 위해 많은 시간과 비용, 전문 인력이 필요했지만, 이제는 누구나 혼자서도 몇 분 만에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거짓을 만들어낼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우리가 정말로 원하는 건 감동과 신뢰다

[출처 : CNBC / Kalshi airs fully AI-generated ad]

 

AI 영상 기술은 반드시 위험하거나 사기적인 도구일 필요는 없다. 중요한 것은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있다. 사람들은 거짓이 아닌 ‘상상력’을 원하고, 조작이 아닌 ‘감동’을 기대한다.

 

코카콜라는 ‘Masterpiece’ 광고에서 명화 속 인물들이 살아 움직이며 예술 작품을 이어주는 장면을 AI로 구현했다. 이 광고는 “AI 기반 예술적 상상”이라는 콘셉트를 분명히 밝혔고, 혼동을 주지 않으면서도 깊은 인상을 남겼다. 뿐만 아니라 2025년에는 AI 영상 광고를 더욱 창의적으로 활용한 사례도 등장했다. Popeyes의 ‘Wrap Battle’ 광고는 AI로 만든 랩 배틀 디스트랙 영상을 통해 McDonald's 메뉴를 유쾌하게 조롱했고, Kalshi는 NBA 파이널 중, AI 생성으로만 만든 초현실적 30초 광고를 방영해 시청자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두 광고 모두 Google Veo, ChatGPT 등의 AI 도구로 3일 만에 제작되었고, 시청자는 AI가 만든 영상이라는 점을 직관적으로 인지한 상태에서 콘텐츠를 즐길 수 있었다. 그들이 성공한 이유는 명확하다. 이 광고들은 현실과 허구의 경계를 명확히 설정했고, 유머, 예술, 초현실이라는 방식으로 ‘이건 연출입니다’라는 메시지를 자연스럽게 전달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AI보다 브랜드의 정체성과 메시지에 집중하도록 설계되어 있었다는 점이다.

 

진짜보다 더 중요한 것은 감동과 신뢰다

우리는 이제 눈을 속일 만큼 정교한 기술의 시대에 살고 있다. AI는 시각적인 조작에 능숙하고, 영상은 점점 더 진짜처럼 보인다. 하지만 기술이 발전할수록 사람들은 더욱 본질적인 질문을 던진다. “이건 진짜일까?”를 넘어서, “이건 믿을 수 있는가?”, “이건 나를 감동시킬 수 있는가?”를 묻는다. 사람의 눈은 속일 수 있어도, 마음은 진심을 알아본다. 감동은 기계가 아닌 사람의 의도에서 비롯되며, 신뢰는 기술이 얼마나 정교한가보다 그것을 어떻게 보여주는가에 달려 있다.

AI는 현실을 흉내 낼 수 있지만, 그 기술이 주는 감동과 신뢰는 결국 사람의 몫이다. 진짜처럼 보이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영상이 담고 있는 메시지와 진심이 진짜여야 한다. 우리는 이제 AI가 무엇을 만들 수 있는가보다, 그것을 통해 무엇을 전하고자 하는가를 고민해야 할 시점에 와 있다.

기술은 도구에 불과하다.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것은 결국 사람의 아이디어와 태도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