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가 사회적으로 존경받고 대우받는 이유는 오랜 시간 노력해야만 얻을 수 있는 경험과 노하우를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것들은 대체 불가능하고, 누구나 쉽게 가질 수 없으며, 전문가를 전문가답게 만듭니다. 몇 년 전에 유행했던 '1만 시간의 법칙'이라는 말도 이러한 믿음에서 출발했습니다.
하지만 AI가 발전한 지금은 조금 다릅니다.
우리는 경험해보지 않은 분야에 대해서도 전문가에 가까운 지식을 손쉽게 얻을 수 있습니다. 이미지와 영상, 글쓰기까지 AI의 도움을 받아 그럴듯한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광고 영상과 콘텐츠 제작, 웹 퍼블리싱 분야에서도 작업 속도는 눈에 띄게 빨라졌고, 작업 비용은 낮아졌습니다.
반가운 변화인데, 오히려 우리를 어렵게 만드는 지점이 있습니다.
1. 효율성의 이면
AI는 작업의 효율성을 높였을 뿐만 아니라, 전문가의 기준을 바꾸어 놓았습니다. 그 결과 단가가 하락했습니다. 클라이언트 입장에서는 AI를 활용했다는 사실이 곧 “쉽게 만든 것”이라는 인식으로 연결되기 때문입니다. 실제 촬영이나 장비, 많은 인력이 보이지 않는 작업은 그만큼 가볍게 평가되기 쉽습니다.
AI로 만든 결과물은 그 안에 담긴 사람의 판단과 선택, 고민의 무게를 드러내지 못합니다. 기술은 일을 빠르게 만들었지만, 동시에 노력의 흔적을 보이지 않게 만들었습니다. 누구나 전문가에 가까운 결과를 만들 수 있는 시대는, 전문성의 기준이 흐려지는 시대이기도 합니다.
이 흐름이 계속된다면, 광고 영상과 콘텐츠 제작, 웹 퍼블리싱은 박리다매의 구조로 흘러갈 수밖에 없습니다. 결과물의 완성도보다 얼마나 빨리, 얼마나 저렴하게 만들어졌는지가 가치의 기준이 됩니다.
2. 1만 시간의 법칙이 무너진 자리에서
AI가 사람의 노력을 흡수하고 대신하는 시대일수록, 그 도구를 사용하며 얻은 판단과 시행착오는 새로운 자산이 됩니다. 보편적인 지식은 언제든 AI를 통해 얻을 수 있지만, 실제 현장에서 어떤 선택이 효과적이었는지에 대한 경험은 쉽게 얻을 수 없습니다.
개인 한 명의 전문성보다, 조직 차원에서 축적되는 노하우가 더욱 중요해집니다. AI를 어떻게 활용했는지, 어떤 방식이 효과적이었는지, 무엇을 피해야 했는지에 대한 기록이 쌓일수록 판단의 속도는 빨라지고 불필요한 재탐색의 비용은 줄어듭니다. 방대한 정보 속에서 매번 답을 다시 찾기보다, 우리에게 필요한 기준을 내부에 남기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제 경쟁력은 한 명의 전문가가 되는 데서 나오지 않습니다. 각자의 경험이 공유되고 연결된 ‘전문가의 집합’이 될 때, 박리다매의 구조 속에서도 다른 선택지를 만들 수 있습니다. AI 덕분에 속도는 유지하면서도, 각자의 시행착오와 선택을 조직의 자산으로 축적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마무리
박리다매의 구조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더 빨리 만드는 데 있지 않습니다. 매번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집단이 되는 데 있습니다. AI를 사용하는 방식, 선택하지 않은 이유, 성공과 실패의 기준이 쌓일수록 그 차이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드러납니다.
도둑맞은 것은 노력이 아니라, 개인에게만 머물다 사라져 버린 경험들입니다. 우리는 혼자 앞서가는 전문가가 되기보다, 경험을 남기고 공유하며 쌓아가는 전문가 집단이 되어야 합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