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의 상징 '페라나칸'


쇼핑, 식도락, 다문화의 나라 싱가포르에 가면 꼭 들려야 할 곳이 있다. 시내에 있는 페라나칸 박물관이 그곳인데 다문화의 상징 페라나칸의 역사와 그들의 혼합문화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장소이다. 지난 여름에 직접 현지 페라나칸 박물관에 방문해보고 페라나칸과 그들이 남긴 공예미술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올드타운에 위치한 페라나칸 박물관)

 

 

우리에게는 다소 생소한 단어인페라나칸(Peranakan)” (국내 치킨 브랜드와는 무관하오니 헷갈리지 말 것) 은 말레이어로 아이를 뜻하는아나크(anak)”에서 유래한 말로 해외에서 이주한 남성과 현지 여성사이에서 태어난 혼혈 후손을 뜻한다. 과거 바다를 통해 이주한 중국인과 토착 말레이계 여성이 결혼해 생겨난 인종에 포르투갈 네덜란드 영국 태국 인도 인도네시아 등의 문화가 조금씩 가미된 '혼합 문화'를 말한다. 다양한 나라의 아버지를 배경으로 두고 있는 페라나칸의 얼굴을 통해 그 수도 많고 뿌리도 깊어 이제는 싱가포르의 고유 문화가 됐다.

 

 

 

(중국계 페라나칸 가족) 

 

 


2013년도에 서울 국립중앙 박물관에서도 싱가포르 혼합문화 페라나칸 전이라는 전시로 대중들에게 소개된 바가 있다. 다양한 나라의 아버지를 배경으로 두고 있는 페라나칸의 얼굴을 통해 다양한 문화가 섞여있는 싱가포르의 혼합문화를 엿볼 수 있는 전시로 언론에 많이 홍보가 되었다.


 

(용산 국립중앙 박물관에서 전시된 페라나칸 전)

 

 

5부로 구성되어 있는 전시는 싱가포르에 정착한 중국계 페라나칸 (중국계 페라나칸이 다수를 점하고 있음) 들이 상이한 문화요소들을 어떻게 수용하고 혼합하여 독특한 양식으로 토착화 하였는지 살펴 볼 수 있다. 이번 포스팅에 소개하고픈 전시는 페라나칸 공예미술로 페라나칸 공예미술의 발달에는 여성들이 주도적인 역할을 하였다. 박물관의 도슨트의 말에 의하면 여성들은 바느질 솜씨와 음식 솜씨를 갖춘 중국 전통에 부합하는 며느리감을 기대하였으며, 이에 따라 페라나칸의 여성들은 뛰어난 자수와 구슬 세공품을 많이 남겼다고 한다. 특히 주방에서 사용하는 도자 세트는 신부용으로 따로 주문 제작되었는데, 이를 뇨냐자기(nyonyaware)”라고 부른다. 뇨냐자기는 선명한 색상의 대비가 특징적인데 분홍색을 많이 사용하고 무언가 동양적이면서 서구적인 안목을 더해져 페라나칸의 특유의 아름다운 양식을 만들어 낸 것 같았다. 처음 뇨냐자기를 보았을때 ~ 예쁘다 소장하고 싶다라는 느낌이 아주 강하게 오는데 아쉽게도 세계 2차 대전이후로 제작이 끊겼다고 한다.


 

 (노냐자기)

(뇨냐자기) 

 

(뇨냐자기)
 

 

20세기 들어와 페라나칸의 공예품들은 유럽의 영향을 많이 받게 되는데 나의 눈을 사로 잡은 것은 그들의 자수 작품이었다. 기본적인 중국의 디자인을 띄고 있지만 기법과 형태면에서 말레이, 유럽으로 받은 영향이 드러나 이국적이면서 하이브리드의 정수를 보는것 같았다

 

 

 (페라나칸 자수공예)


 

 (페라나칸 자수공예)

 

(유럽풍 하이브리드 자수) 

 


(유럽풍 하이브리드 자수) 

 

 

특히 자수로 만든 페라나칸 슬리퍼는 현대의 여성들이 지금 당장 신고 밖으로 나가도 상관없을 정도로 현대적인 세련된 감각으로 만들어졌다.


 

(페라나칸 슬리퍼) 

 

 

(페라나칸 펄스) 

 

 


부계가 가진 다양한 문화와 모계의 고유문화가 접목되어 세월이 거치면서 편견없는 수용과 융합으로 또 다른 문화를 낳았다. 이제 대한민국도 다문화 사회에 진입하고 있는 시점에서 우리의 전통 공예문화와 다른 나라의 그것와 융합되어 새로운 문화를 창조해가는 일도 의미 있을 것 같다.


CT-LAB  정지흥 선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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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