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의 수염을 뽑으면 사랑하는 사람에게 장미꽃을 선물할 수 있는 빌보드 광고 

연인들에게 있어 빼놓을 수 없는 기념일 중 하나인 밸런타인데이. 영국의 면도기 브랜드 Wilkinson sword에서는 밸런타인데이를 기념하여 프랑스의 어느 한 광장에서 매우 흥미롭고 재미있는 옥외 프로모션을 진행했다. 남자의 하관을 표현한 현수막으로 대형 옥외 광고판을 랩핑하고, 턱수염을 연상시키도록 수백 송이의 장미를 거꾸로 꽂아둔 것.

광장을 지나던 연인들이 호기심을 가지고 광고판에 접근하여 장미를 한 송이씩 빼면, 남자의 하관에 난 수염이 하나씩 사라진다. 뽑아든 각 장미에는 Wilkins sword를 홍보하는 DM이 부착되어 장미꽃을 뽑은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브랜드를 인지할 수 있다. 그리고 마지막 장미꽃을 뽑는 순간, 광고판의 남자는 깨끗하게 면도 된 얼굴로 변한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참여가 그의 얼굴을 깨끗하게 면도해 준 것이다!

 
 

본 프로모션은 단지 바이럴용으로 제작되었는지도 모르지만, 영상 속 인터랙션에 참여하는 사람과 영상을 보는 사람 모두가 행복해진다. 면도기와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장미꽃을 매개로 장미꽃을 뽑은 사람과 그 장미꽃을 전달받은 사람이 감동을 나누는 것은 물론, 장미꽃을 들고 다니는 사람 자체가 Wilkinson sword를 홍보하게 되는 점이 흥미롭다.

리 밍웨이의 <움직이는 정원>
이전에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리 밍웨이의 <움직이는 정원>이라는 작품을 만난 적이 있다. <움직이는 정원>은 생화 200송이로 이루어졌으며, 방문자들이 자유롭게 꽃을 가져갈 수 있다. 방문자들이 꽃을 들고 이동하는 그 움직임이 하나의 정원을 완성하며, 이로써 미술관에 있던 작은 정원이 확장되는 것이라고 한다. 단 꽃을 가져가려면 원래 가려던 행선지가 아닌 새로운 행선지를 선택해, 낯선 사람에게 선물해야 한다. 미션은 조금 다르지만, 꽃을 선물 받는 행복함과 그 행복을 다른 사람과 나눈다는 점에서 앞서 소개한 프로모션과 그 맥락을 같이하는 작품이다.

 
 

최근에는 새로운 디지털 장치를 통해 브랜드 체험을 제공하는 인터랙티브한 방식의 옥외 디지털 캠페인이 일반화되고 있기 때문에, 미디어 관련 기업에는 항상 ‘새로운 것’에 대한 문의가 많다. 이 ‘새로운 것’은 대부분 새로운 기술, 새로운 미디어에 대한 것이다. 그러나 정작 새로운 것보다 선행되어야 할 것은 명확한 콘셉트와 타깃, 스토리임을 간과해선 안 된다. 이러한 요소 없이는 어떠한 뉴 테크놀로지 체험도 성공적으로 브랜드 메시지를 전달하기 힘들다. 사실 디지털 장치는 스토리를 뒷받침하는 요소일 뿐이다. 

Wilkinson sword의 밸런타인데이 프로모션은 어떠한 디지털 장치도 사용하지 않았지만, 충분히 브랜드 메시지를 행복하고 즐거운 방식으로 전달하고 있다. 남성의 턱수염과 장미꽃. 전혀 다른 느낌의 두 가지 사물을 동일하게 상징화하고, 장미꽃을 통해 참여를 유발하고, 또 공유함으로써 아날로그식 감성 어필이 가능했던 것이다.

프로모션의 기본 스토리가 타깃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가, 어떠한 체험으로 그 감동을 전달할 것인가. 여기서 디지털이 늘 답은 아니다. 디지털이 범람하는 시대에 ‘아날로그’는 특유의 감성과 향수를 불러일으켜 뉴미디어가 주는 새로움과는 또 다른 새로움을 전달한다. 인터랙션의 기본은 ‘새로움’이 아니라 스토리에서 오는 ‘즐거움’이다. 즐겁지 않은 경험은 기억에 남지 않는다는 것을 기억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