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머니티 가득한 인터랙티브 버스정류소 

배터리 전문 회사 듀라셀이 "Moments of Warmth" 캠페인의 일환으로, 추운 겨울을 지내고 있는 캐나다에 휴머니티가 가득한 인터랙티브 버스정류소를 제작했다. 몬트리올의 한 버스정류소에 듀라셀 건전지 모양의 대형 지붕을 설치하고 내부에 따뜻한 바람이 나오는 히터를 장착한 것. 이 히터를 작동시키기 위해서는 버스정류소에 있는 사람들이 서로 손을 잡은 채, 양쪽 끝에 위치한 사람이 각자 벽면에 있는 버튼(전기가 흐를 수 있는 전도체 버튼_터치센서 기능)에 손을 터치해야 한다.

버스정류소의 구성은 끊어져 있는 회로와 같다. 배터리에서 나온 전류가 +에서 -로 연결되어 흘러야 하는데, 중간 연결이 끊어져 있는 상황이라고 보면 된다. 전도체인 신체에 작은 전류가 흐를 수 있음을 이용해 사람들에게 손에 손을 잡는 행위를 유도하고, 끊어진 회로를 연결하는 것이다(사람의 혈액이 수분으로 이루어졌으므로 전류가 흐르기 쉬움). 타인의 손으로부터 느껴지는 온기와 히터의 따뜻한 바람이 추운 날 버스정류소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마음까지 녹였을 것이다. 

듀라셀의 프로모션 어필요소 세 가지

듀라셀의 프로모션은 다양한 방법으로 ‘에너지’를 어필한다. 첫째, 듀라셀 건전지 형태의 버스정류소에서 사람들이 손을 잡고 연결된 모습은 듀라셀 건전지의 작동원리(에너지의 흐름)를 시각적으로 표현하며 듀라셀 ‘제품’을 각인시킨다. 둘째, 기꺼이 손을 잡아준 사람들에게 따뜻한 바람을 피드백으로 제공, 전기 에너지가 주는 고마움을 새삼 깨닫게 하면서 에너지에 대한 필요성을 ‘브랜드’로 연결시킨다. 셋째, 손을 잡은 사람들이 스스로 사람이 주는 따뜻함을 느끼게 하고, 그런 휴머니티를 통해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한다.

이 세 가지 장치를 통해 ‘휴머니티와 함께하는 따뜻한 에너지 공급원=듀라셀’이 완성된다. 추운 겨울이 되면, 꼬마인 나의 꽁꽁 언 손을 만져 주시던 아버지의 손길, 얼어붙은 몸을 자신의 외투로 감싸주던 연인의 따뜻함이 그리워진다. 배터리 전문 회사가 성능이나 기능을 강조하지 않고, 오히려 사람이 서로에게 주는 에너지를 메시지로 던진 것이다.

 
 

Milka Vending Machine for the free chocolate

비슷한 원리로 풀어낸 또 한 가지 사례를 소개한다. 지난 호에 사라진 한 조각의 초콜릿을 이용한 프로모션에서 소개했던 Milka의 사례다. 지금까지 다양한 프로모션 자판기가 등장했지만, 이번에는 가슴이 따뜻해지는 자판기다. 

Milka의 Vending Machine for the free chocolate는 손에 손을 잡으면 자판기가 무료로 초콜릿을 제공한다. 거리에 설치된 소 모형과 자판기 사이에는 일정 거리가 있는데, 거리의 사람들이 서로 손을 잡고 협력하여 소와 자판기에 있는 버튼을 동시에 눌러야 초콜릿을 받을 수 있다. 처음에는 두세 명으로 가능하지만, 소 모형이 자판기에서 점점 멀어지게 되어서, 모르는 행인들과 협력해야만 초콜릿을 획득할 수 있다. 서로 협력해서 획득한 초콜릿을 나눠 먹는 행복한 체험을 통해, Milka의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는 것이다. 방법적으로는 일반 버튼을 사용하여 양쪽의 버튼을 동시에 누르면 피드백이 제공되는 형식으로 구성할 수 있다. 단, 전도체 원리를 이용하지 않았기에, 이 방법을 사용할 경우 두 사람이 합심해 버튼을 동시에 눌러 피드백을 획득해 갈 가능성이 있다. 어쨌든 혼자만의 힘으로 피드백을 제공받을 수 없다.

 
 
 

각종 스크린과 모바일만이 디지털 광고도구의 전부는 아니다. 스케일의 문제나 특정 미디어 디바이스의 보급력 문제도 아니다. 소개한 두 가지 사례를 보면, 언뜻 간단한 전기원리를 이용한 프로모션이라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전기원리를 이용하기 위해 사람들을 연결한 것은 아니다. 사람들을 연결하기 위해, 재미있는 방법을 고안하다가 이러한 미디어 장치를 고안해냈을 것이다. 뛰어난 광고도구보다 선행되어야 하는 것은 ‘사용자에게 어떤 의미 있는 행동을 유발하여 브랜드를 체험하게 할 것인가’ 하는 고민이다. 

미디어는 조미료 같은 존재다. 사용자 스스로 상황에 몰입할 수 있게 도와주는 보조장치, 좀 더 신속하고 풍부하게 피드백을 전달할 수 있는 편의장치라 하겠다. 휴머니티를 통해 브랜드를 체험시키고자 한다면, ‘사람’ 사람이 가지고 있는 그 본성에 주목하자. 기술 대부분은 사람의 신체와 두뇌가 가지고 있는 작동 원리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사람’에게서 오히려 아이디어의 힌트를 얻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