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작게 생각해보지그래?”

우리가 흔히 보는 달력에서의 올해는 서기 2014년이다. 하지만 당신도 당연히 알고 있는 것처럼 올해가 이 세상이 창조된 지, 혹은 시간을 약속으로 기록하기 시작한 지 2014년째가 되었다는 뜻은 아니다. 예수 그리스도 탄생을 기원으로 인류의 시간은 기원전(Before Christ)과 기원후 (Anno Domini)로 나뉜다. 그렇다면 광고마케팅 역사의 기원점은 언제였을까? 그 변곡점에 서 있는 예수와도 같은 인물은 누구였을까? 나는 그 인물은 빌 번벅 Bill Bernbach 이라고 생각한다.

1800년대 로트렉(Toulouse Lautrec)이 물랑루즈 무희들의 이미지를 과장되게 그리면서 술집호객을 위한 최초의 상업포스터를 만든 이후, 사회가 산업화되면서 광고는 제품을 판매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수단이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광고는 아주 사실적이거나 아주 과장된 제품 이미지를 만든 후, 제품의 수치적 정보인 가격과 판매점 위치 등을 텍스트로 소개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 현대 광고의 개척자로 불려 마땅한 오길비나 레오버넷의 업적이란 것도, 어쩌면 그런 수치적 정보에 대한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분석과 명료한 설명적 정리였다. 지난번 본 칼럼에서도 소개한( 오길비의 걸작 해서웨이 셔츠를 입은 남자(Hathaway Man)의 성공 역시 매우 치밀한 타깃 조사와 과학적 커뮤니케이션의 결과였다. ‘데이비드 오길비’ 칼럼 보기

하지만 번벅은 생각이 조금 달랐다. 그는 오길비의 생각과 결과를 전적으로 부인하며 이렇게 말했다. "효과적인 광고는 과학이 아니라 직관과 예술적 재능에서 비롯된다. 그들이 사실이라고 말하는 수학적 공식은 누구에게도 감명을 주지 못한다. 광고과학자들이 난무하는 시대이지만 광고는 기본적으로 설득이며, 설득이란 과학이 아닌 아트(Art)다. 왜냐하면, 구매란 논리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번벅은 광고의 본질을 ‘사실의 체계적 전달이 아닌 사실의 차별적 전달’로 정의했다. 그에게 광고는 창의력, 독창성, 참신함 등이 가장 중요한 요소였다. 그 요소를 만들기 위해 그가 꺼내 든 전가의 보도는 바로 ‘카피라이팅’이었다. 번벅은 그 유명한 폭스바겐의 Think Small 캠페인을 세상에 소개한다. 그는 제품(폭스바겐)을 로트렉처럼 과장해서 보여주지도, 오길비처럼 차의 장점을 체계적으로 분류한 후 1, 2, 3 순서를 정리하며 소비자에게 소개하지도 않았다. 그는 그냥 소비자에게 이 작은 차에 대해 딱 한마디 말을 건넸다. “좀 작게 생각해보지 그래?” 라고. 이 한마디로 소비자가 보든 말든 제품을 그려대고, 소비자가 듣든 말든 일방적으로 장점만 소리치던 ‘일방향 광고의 시대’가 마감된다. 그리고 그 날부터 광고는 소비자와 대화하기 시작한다.

 
 

“좀 다르게 생각해보지그래?

내가 이번달에 빌 번벅을 쓰기로 결심한 이유는 순전히 구글Google 때문이다. 이 무지막지한 디지털 공룡은 최근 Art, Copy & Code 라는 선언을 했다. 이것은 디지털 시대가 개막한 후, 2004년 오라일리가 선언한 웹2.0 만큼이나 중요하다. 하지만 웹2.0의 핵심이 ‘개방, 참여, 공유’라는 아주 단순한 원칙이었듯 Art, Copy & Code 또한 내용은 매우 쉽게 요약된다. 한마디로 디지털은 종이 위, 라디오 주파수, 텔레비전 채널에 하는 광고가 아니라 ‘코드 위에서 만드는 광고’라는 말이다. 이 개념을 설명하면서 구글은 아트와 카피가 만난 순간을 ‘번벅의 등장’으로 지목했다. 물론, 아트와 카피가 코드를 만난 순간은 구글에 의해서지만.
디지털에서의 광고 마케팅을 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그리고 앞으로 그 일을 하고 싶다면 당신은 코드 위에 서야 한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이것이 아날로그 광고와의 차이다. 번벅은 광고가 그림도, 과학도 아니라고 말했다. 그냥 설득의 이야기다. 지금도 똑같다. 우리는 여전히 소비자를 만나 그들을 설득시킬 이야기를 해야 한다. 하지만 그 만남의 장소는 종이 위도, 스타벅스도 아니다. Code라는 곳이다. 그곳이 어디냐고? 구글이 몇 가지 단서를 힌트로 준다. 추적해 보시길. 

 

 

??조현진 EC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