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ader’s view 천재전성시대를 기다리며… #천재의 몰락은 지겹다

 

레오나르도 다빈치 모나리자 작품 앞 @루브르박물관

 

'천재' 태어나서 지금까지 나와 관련된 적이 단 한번도 없는 단어였다. 살면서 천재 소리 못 들어본 게 서러운 적도 없었고, 가족이나 지인 중에 천재가 없다는 건 비교 당할 필요도 없고 귀찮은 일도 없는, 그저 평범한 게 가장 행복한 거라 믿고 천재와 동떨어진 삶을 마음껏 누려 왔었다.

그러다 '천재'를 실감하고 경험하고, 피부 속까지 경이로움을 느끼게 되는 결정적 계기를 만나게 된다. 가족여행으로 간 이탈리아 피렌체의 다빈치 박물관에서였다. 책이나 각종 미디어를 통해서만 만나던 것을 실제로 눈 앞에 두고 보는 감동은 확연히 달랐다. 내가 아는 천재란 수학 천재, 미술 천재, 음악 천재 등 어떤 한 분야에 뛰어난 능력을 타고나 사람들을 놀라게 하는 존재였다. 그러나 이렇게 전방위적인 천재라니… 감탄스럽다 못해 스스로에 대한 무력감과 부끄러움까지 몰려왔다. 천재가 만들어낸 결과물을 앞에 두고 내가 왜 불편한 감정을 느껴야 하는지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감히 다빈치와 나를 비교하며 하염없이 절망에 빠졌던 듯 하다. 똑 같은 뼈와 살과 피로 이루어진 인간이라는 존재, 누군가는 전 인류를 진보케 한 엄청난 업적을 남기고, 누군가는 그것을 바라보며 넋을 잃고 있다는 사실에 스스로가 그렇게 초라했나 보다. 그러다 슬슬 부아가 치밀며, 다빈치의 업적이 과연 절대적인 그의 천재성에 의한 것인가를 따지고 들기 시작했다. '그럼 그렇지'하는 마음이 든 것은 그의 천재성을 알아봐 준 스승 베로키오, 연구와 작품활동에만 전념하도록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 준 메디치가문의 존재를 알고 나서다. 나는 그를 '운 좋은 천재'라고 결론 내리기로 했다. 덕분에 불쾌한 기분이 조금은 사라진, 치졸하기 짝이 없는 나의 천재 경험기는 그렇게 일단락 되었다.

 

다빈치 노트

 

이탈리아에서 천재라는 존재를 경험하기 전까지 내가 단 한번도 천재를 부러워한 적이 없는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대한민국에서 천재라는 존재는, 어려서 뛰어난 아이큐로 인해 엄청난 주목을 받다가 갑자기 사라져 버리거나, 논문 표절로 구설수에 오르거나, 개업한 음식점에서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모습으로 재등장 하는 - 타고난 재능으로 빛을 발하고 인류를 이롭게 하는 영웅이 아니라 평생을 사람들의 불필요한 관심과 간섭 속에서 살아가야 하는 - 안스러운 존재들이었다. 우리에게 '천재성'은 '장애'와 다름 없는 '남다름'에 불과했다. 남다름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불편한 시선이 그들을 평범, 혹은 그 이하의 삶을 살도록 변질시켜 버렸다. 천재성을 가지고 태어난 사람들이 원한 건 그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마음껏 하는 것이었을 텐데 우리의 지나친 관심과 기대가 그들을 부담으로 몰아넣고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지 못하게 만들어버린 듯 하다. 결국 대한민국에서 태어난 천재는 다빈치와는 다른 아주 운 나쁜 천재들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세상이 변하고 있다는 거다. 남다름을 인정하지 않던 기성 세대들이 점점 영향력을 줄여가는 동안 남다름의 다양성을 사랑하는 새로운 세대들이 세상의 중심이 되어 가고 있다. 남다름을 불편하게 여기며 손가락질 하는 것이 아닌, 오히려 스스로의 남다름을 발견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공중파 방송의 모 프로그램에서는 마요네즈를 맛만 보고 그 브랜드를 맞추는 사람이나, 수 많은 아이돌들의 사진을 보고 이름과 팀명을 정확하게 맞추는 사람도 그 천재성을 인정 받고 박수를 받았다. 천재성이 뭐 별거인가? 결국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고도로 몰입하다 남다른 결과를 만들어 내면 그가 바로 천재고 그것이 천재성이다. 


천재의 몰락은 지겹다. 이제 천재 전성시대를 기다린다.

 

샤우트 346호에서 보기

http://www.pentabreed.com/newsletter/newsletter346.htm

 

 

Leader’s view 펜타브리드 본부리더가 바라본 인사이트 이혜경 DIRECTOR eXperience Marketing Group M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