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 구현에서 '전략적 설계'로 


?올해 초, 운영 중인 홈페이지의 배너 영역을 수정하며 AI 코딩 도구를 활용했다. 마크업 구조 설계부터 반응형 처리까지, 기존에 한 시간 남짓 걸리던 작업이 20분 만에 마무리되었다. 압도적인 생산성 향상을 체감하며 한편으론 본질적인 질문이 스쳐 지나갔다. 

"단순 생산이 자동화된 시대에, 사람의 진짜 가치는 어디에 머물러야 하는가?"

 

 

AI 코딩 도구가 업계에 빠르게 퍼지면서 퍼블리셔의 일하는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 1만 줄짜리 엑셀 데이터를 마크업으로 변환하는 작업도 단 몇 분이면 충분하다. 누구나 코드를 뽑아낼 수 있는 환경이 됐다. 하지만 편리함 이면에는 새로운 과제가 있다. AI는 데이터 속의 논리적 오류나 오타까지도 성실하게 복제한다. 생성된 코드가 실제 서비스에서 어떻게 작동할지는 여전히 사람이 판단해야 한다. 

 



현장에서 자주 접하는 리스크

 

1) AI가 놓친 중간 해상도





 

AI가 만들어준 그리드 레이아웃은 1920px과 375px에서는 완벽했다. 문제는 AI가 새로 짜준 영역의 반응형 분기 기준이 기존 콘텐츠들과 달랐다는 점이다. 분기점(breakpoint) 수치는 비슷해도 여백 처리나 레이아웃 전환 방식이 미묘하게 달라, 전체 페이지에서 해당 영역만 겉도는 느낌이 났다. AI는 양 극단의 뷰포트만 기준으로 삼았고, 실제 콘텐츠 흐름이 꺾이는 지점은 고려하지 않았다.

 

결국 AI가 짜준 코드를 그대로 쓸 수는 없었다. 기존 콘텐츠들의 반응형 규칙을 다시 훑고, 신규 영역의 CSS를 거기에 맞춰 한 번 더 손봤다. AI가 놓친 중간 해상도의 흐름을 사람이 채운 것이다. 퍼블리셔의 역할은 코드를 받아 붙이는 것이 아니라, 서비스 전체의 맥락 안에서 그 코드가 맞는지 판단하고 조율하는 것이었다.

 

2)  다크모드가 절반만 바뀌었다



 

프로젝트에 CSS Custom Properties로 다크모드 토큰이 구축돼 있었다. AI가 생성한 신규 섹션은 변수 대신 컬러 hex값을 하드코딩했고, 다크모드 전환 시 기존 영역은 정상적으로 바뀌는데 신규 섹션만 그대로 남았다.

 

AI는 프로젝트 맥락을 모른다. 모르는 채로 코드를 짠다. 그래서 나는 순서를 바꿨다. 코드를 받은 뒤 고치는 게 아니라, AI가 작업하기 전에 변수 정의 파일과 관련 소스를 먼저 컨텍스트에 올려두는 것이다. Claude 같은 AI 에디터가 프로젝트 파일을 직접 인덱싱할 수 있는 환경이라면, 신규 컴포넌트와 연관된 기존 소스를 함께 참조시켜 AI가 프로젝트 규칙을 따르도록 유도할 수 있다. 생성보다 구성이 먼저다.

 

AI는 우리가 던져준 맥락만큼만 똑똑하다

 

두 사례의 공통점은 하나다. AI는 주어진 것만 본다. 프로젝트의 역사, 레거시 규칙, 서비스의 맥락은 스스로 파악하지 못한다. 결국 그 맥락을 구성하고 판단하는 것은 아직 사람의 몫이다.

AI 도입 이후 퍼블리셔의 역할이 바뀐 것은 맞다. 솔직히 말하면, 단순 반복 구현은 AI로 대체될 것이다. 다만 지금 내가 경험하고 있는 것은 다른 방향이다. 코드를 직접 짜는 시간이 줄어든 만큼, AI가 실수하는 지점을 잡고 맥락을 먼저 구성하는 일이 늘었다.

AI를 잘 쓰는 것은 프롬프트를 잘 쓰는 것이 아니라, AI가 실수하는 지점을 먼저 아는 것이다. 

그 앎은 결국 현장에서 쌓인 전문적 경험에서 온다.

 

그렇다면 그것은 실무에서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는가. 맥락을 구성하고 결과물을 검증한다는 것은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가.

 

첫째, 작업 전 컨텍스트 설계다. AI에게 코드를 요청하기 전, 프로젝트의 CSS 변수 파일, breakpoint 기준, 네이밍 컨벤션을 먼저 참조시킨다. AI가 짜는 코드의 품질은 입력된 맥락의 품질에 비례한다. 프롬프트를 잘 쓰는 것보다, 어떤 소스를 함께 올려두느냐가 더 중요하다.

 

둘째, 경계 조건 중심의 검수다. AI가 만든 결과물은 요구사항의 중심부보다 경계에서 먼저 무너진다. 중간 해상도, 다크모드 전환 시점, 콘텐츠가 길어지거나 짧아지는 엣지 케이스. 이 지점들을 우선적으로 확인하는 것이 전체 검수 시간을 줄이는 가장 빠른 방법이다.

 

셋째, 기존 시스템과의 정합성 확인이다. AI가 생성한 코드는 독립적으로는 작동하더라도, 기존 컴포넌트나 레이아웃과 충돌하는 경우가 많다. 신규 영역을 고립된 단위로 보지 않고, 서비스 전체의 흐름 속에 놓고 보는 시각이 필요하다.

 

결국 AI 시대의 퍼블리셔에게 요구되는 것은 더 빠른 구현 속도가 아니다. AI가 볼 수 없는 곳을 먼저 보는 능력, 그리고 AI의 출력을 서비스 품질로 연결하는 판단력이다. 그 판단력은 여전히 현장에서만 만들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