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만들 줄은 몰라도, 어떤 결과가 필요한지는 아는 일이 있다.
예를 들어, 원하는 계산은 알지만 엑셀 수식을 직접 쓰기는 어려울 수 있다. 필요한 결과를 설명하고 확인할 수 있다면, 만드는 과정에 AI의 도움을 받을 여지가 있다.
올해 4월 제작한 앱용 움직이는 배지도 그런 사례다. 여러 도안을 같은 제작 틀에서 구현하고, 표면에는 도안에 맞는 요철을 표현해야 했다. 3D 제작 도구인 블렌더를 기반으로 작업하면서, 직접 만들기 어려웠던 자료를 AI에게 요청했다.
잘 나온 하나로는 부족했다
여러 배지에 같은 제작 방식을 적용하면서, 도안마다 의도한 형태와 움직임을 유지할 수 있어야 했다. 완성 결과를 매번 AI에게 요청하는 방식은 수정할 때 다른 요소까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 부담이었다. AI가 요청보다 넓은 범위를 수정하면 작업 방향을 다시 맞추는 데 시간이 들곤 했다.
반복해서 쓸 제작 틀은 블렌더에 두었다. 하나의 3D 형태에 적용하는 텍스처를 바꾸면 여러 배지를 만들 수 있고, 애니메이션도 직접 조정할 수 있었다. 작업에 쓰는 지오메트리 노드는 GPT에 구성을 요청한 뒤 원하는 형태로 수정해 사용했다.
같은 흰색, 다른 높낮이
노멀맵은 3D 물체의 표면이 어느 방향을 향하는지 색으로 기록한 이미지다. 이를 적용하면 물체를 실제로 파거나 돌출시키지 않아도, 빛에 반응하는 방식을 바꿔 작은 요철이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할 수 있다. 배지의 두께나 외곽 형태를 만드는 모델링과는 역할이 다르다.
노멀맵은 사용법만 대략 알고 있었고, 직접 만들거나 편집해 본 경험은 없었다. 배지마다 다른 문양의 요철을 모두 모델링으로 만드는 일도 부담이 컸다. 이미지를 노멀맵으로 변환하는 도구를 이용할 수는 있지만, 이 배지에는 색의 밝기만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조건이 있었다.
같은 흰색이어도 금속 테두리와 페인트를 칠한 면은 다르게 표현해야 했다.
금속 테두리는 윗면이 평평하면서 경계는 가파르게 꺾여야 했다. 반면 평평한 면에 칠한 페인트에는 그런 굴곡이 필요하지 않았다. 이미지 속 그림자까지 고려해 어느 부분을 실제 굴곡으로 표현할지 구분해야 했다.
밝은 곳은 높게, 어두운 곳은 낮게 처리하는 변환만으로는 이런 차이가 반영되기 어렵다. 같은 밝기가 같은 높이를 뜻하지 않고, 밝기의 변화가 모두 표면이 꺾이는 지점을 뜻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여기에 AI를 활용했다. 노멀맵을 직접 만드는 데는 익숙하지 않아도, 어느 면을 평평하게 두고 어느 경계를 가파르게 표현할지는 설명할 수 있었다. 원본 이미지와 이런 조건을 함께 전달해 노멀맵을 요청했다. 전체 배지를 새로 만드는 대신, 진행 중인 블렌더 작업에 필요한 자료를 만드는 역할이었다












